고교 시절의 우정이 반세기를 이어온 감동적인 만남이 열렸다. 남강고등학교 제3회 졸업생들의 동기 모임 ‘청수회’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7월 12일 저녁, 일부러 더운 날씨도 마다하지 않고 인천 송도에 있는 갈비집에서 모였다. 이어진 장소는 와이비카페. 진한 육즙의 갈비 맛도 잠시, 이들은 미처 다 풀지 못한 지난 이야기들과 앞으로의 건강을 기원하며 차 한 잔에 마음을 녹였다.
‘청수회’는 1975년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처음 만난 친구들이 10년 후인 1985년에 본격적인 정기 모임을 시작하면서 법석하지 않되 끈끈한 우정을 닦아온 동창 모임이다. 단지 학창 시절의 기억을 공유한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지속될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이들은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굴곡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평범함과 순수함으로 4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냈다.
모임이 처음 시작되었을 당시 이들은 모두 서른 즈음의 젊은 가장들이었다. 한창 사회생활에 뛰어든 복잡한 시기에도 서로를 챙기려는 노력으로 친목을 이어왔다. 지금은 모두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노년의 문턱을 넘은 이들이지만, 대화를 들어보면 여전히 10대 소년들 같은 웃음과 장난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삶의 무게를 함께 지탱해온 친구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들은 단지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사실 이상의 유대감을 키워왔다.
이날 모임에서는 특별한 축사도 없었고 으레 있는 기념품도 없었다. 대신 반세기 가까운 시간 속에서 함께 웃고 울었던 기억들, 새로운 손주 이야기, 불쑥 찾아온 건강의 경고등 등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들이 자리했다. 그런 이야기에 고개 끄덕이며 박수를 치는 친구들. 큰소리는 없었지만 감동은 분명했다.
어느덧 청수회의 친구들은 ‘우리도 마지막 장을 예비해야 할 나이’라며 웃었지만, 그 얼굴에는 유난히 깊은 평화가 감돌았다. 다음 10년, 또 다음 10년도 함께 걸어가자는 약속은 없었지만 모인 이들의 눈빛은 벌써 내년 모임을 그리며 반가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청춘은 지나갔지만 청춘의 기억은 찬란하다. 남강고 3회 ‘청수회’의 40년 역사는 그 증거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인생이 담겨 있다.